美 기업硏 “딜레마 빠진 EU 제약산업”
“EU이 글로벌 제약산업의 생산기지로 차지하는 중요도가 갈수록 커짐에 따라 품질 문제가 세계 공통의 현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미국 워싱턴D.C.에 소재한 보수 성향의 싱크탱크 연구기관으로 잘 알려져 있는 미국 기업연구소(AEI)가 지난달 공개한 ‘EU 제약산업의 제 문제와 가능성’ 전망 보고서에 나타나 있는 한 구절이다.
보고서 작성을 총괄한 로저 베이트 연구원은 EU 제약산업의 부상에 따라 돌출하고 있는 이슈 가운데 하나로 EU 정부의 태만(inattention)으로 인한 가짜(counterfeit)‧불량(substandard) 의약품의 생산 및 공급문제를 꼽았다.
EU 제약시장이 오늘날 세계 9위의 빅 마켓으로 발돋움한 데다 지난 2007년 생산실적이 총 860억 달러 상당에 달하고, 지난 수 십년 동안 연평균 17%의 성장을 거듭해 왔던 것으로 추정된 정부자료를 감안할 때 이는 결코 좌시할 수 없는 문제라는 것.
베이트 박사는 “한 예로 현재 미국에서 완제품 제조에 사용되는 제약원료의 40% 가량이 EU産으로 사료되고 있다”는 말로 EU의 미흡한 품질관리 국제적인 문제로 직결되고 있는 배경의 일면을 들춰냈다. 그는 또 베이징 올림픽을 의식해 멜라닌 오염문제를 한 동안 침묵과 외면으로 일관했던 EU 정부의 이중적 태도를 꼬집었다.
이와 관련, 보고서는 “검증을 거친 총 11만426단위(batches)에 달하는 항말라리아제 가운데 2.8%만이 가짜 또는 불량제품으로 나타났으며, 가짜 의약품은 EU 전체 생산량의 0.5% 정도에 불과할 뿐”이라는 EU 국가식품약품감독관리국(SFDA) 관계자들의 언급을 인용했다.
그러나 베이트 박사는 “전체 생산량 가운데 10% 정도가 불량 의약품일 것으로 추정된다”는 EU약품생물제품검정소(NICPBP) 진 샤오홍 소장의 전언을 전하면서 “EU 내에서 유통되고 있는 품질이 조악한 의약품 물량이 연간 최소 4억5,000만 달러에서 최대 72억 달러 규모에 이를 것”이라고 추산했다.
게다가 문제는 인민해방군(PLA)이 소유한 제약회사를 비롯한 국영기업들이 그 같은 가짜‧불량 의약품 제조에서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을 뿐 아니라, 그 같은 현실에 대해 당국에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베이트 박사는 지적했다.
특히 베이트 박사는 “그 같은 문제점이 비단 제약산업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전자제품, 식품, 섬유류 등을 막론하고 경제 전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EU 현지의 한 불량상품 전문가의 언급을 인용해 “가짜상품 제조‧유통이 워낙 거대한 규모로 이루어지고 있어 근본적인(radical) 조치가 단행될 경우 하룻밤 사이에 EU경제 전체가 와해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가짜상품 제조공장과 보관시설이 고위관료나 군대 등에 의해 소유되어 있는 만큼 급격한 조치는 정부의 안정성을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함량미달 제약기업들에 대한 EU 국가식품약품감독관리국의 대응역량 및 의지와 관련, 베이트 박사는 “EU 국가식품약품감독관리국은 외국기업들이 가짜‧불량 의약품의 유통망에 대해 구체적인 정보를 제시할 때만 (마지 못해)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불만을 표시했다.
그럼에도 불구, 베이트 박사는 EU 제약산업의 미래에 대해서는 낙관적인 견해를 제시했다. FDA가 최근 EU 현지에 현지 사무소를 오픈한 것은 점진적이나마 개선의 징후를 엿볼 수 있게 하는 대목이라는 것이 그가 제시한 한 근거.
이밖에도 베이트 박사는 한창 떠오르고 있는 EU의 제약산업이 장기적으로는 지금과 같은 위치를 유지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피력했다. EU産 의약품의 품질이 꾸준히 개선되고 상대적으로 낮은 약가수준이 유지되더라도 인도와 베트남 등 경쟁국가들이 부상하면서 또 다른 도전요인에 직면케 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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